| 도시 한가운데 흉물로 남은 돝질산 기업-시민-시 생태복원 공감으로 민자유치·공원화 운동등 모색해야
1962년 2월3일, 동해의 푸른 파도가 내려다 보이는 경남 울산군 대현면 고사리의 야트막한 언덕에 박정희 국가재건 최고회의 의장이 울산공업센터 기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예의 검은 선그라스를 끼고 나타났다.
군사 쿠데타가 일어난지 불과 9개월 만에 첫 삽을 뜨는 박 장군을 보기 위해 아침부터 울산시내에서 태화강을 건너고 삼산평야와 여천고개를 넘어 행사장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행렬이 장관을 연출했다.
기공식을 계기로 정유공장 건설과 함께 1964년에는 현재 삼성정밀화학의 전신인 한국비료가 설립되고 요소비료 공장이 67년 준공됐다.
태화강과 여천천 하류가 만나는 지점의 아담한 산봉우리가 바로 돼지머리를 닮았다 해서 저두산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돝질산이다.
화강암과 편마암으로 이루어져 조금은 투박하지만 그 정상에 올라서노라면 동해의 푸른 바다와 근대개항인 염포항, 북서쪽으로는 이수삼산의 평야와 태화강 너머 함월산과 학성이 한 눈에 들어오는 그야말로 아름다운 산이다.
돝질산과 여천천의 운명은 이미 일제시대 때 바뀌었다. 여천천의 하류는 원래 태화강으로 흘러들어 갔는데 홍수 조절을 위해서 돝질산을 두동강 내서 울산항 부두쪽으로 물길을 돌려 현재에 이르고 있다.
돝질산 정상에 35년 동안 짓다만 흉물이 있었다. '영빈관 공사 중에 중장비가 바위를 건드리는데 큰 구렁이가 나왔다더라. 중장비 기사가 현장에서 즉사했다더라. 회사의 고위층이 아프다더라. 건드리면 사고가 난다더라'며 출처불명의 악성루머가 울산지역을 엄습했다.
필자도 남구의회 의원시절, 돝질산 흉물 철거와 여천천 생태복원, 돝질산 울산센트럴타워 건립, 완충녹지인 쓰레기매립장을 포함한 돝질산 시민공원 개발을 의정활동의 목표로 삼고 고군분투한 적이 있었다.
다행히 2001년 흉물은 지하 콘크리트 시설까지 말끔히 철거되었고 여천천 생태복원은 남구청에서 차분히 진행하고 있다. 늦은감은 있지만 쓰레기매립장 활용에 대한 이슈파이팅을 하고 있는 경상일보와 정책의 주체인 울산시를 주목한다.
하지만 논란의 중심에 있는 7만여평의 부지는 삼성정밀화학의 소유이다. 81년 무상으로 임대해서 쓰레기를 쏟아부은 울산시는 토지소유자의 섭섭한 입장을 백번 이해하고 배려해야 한다.
특히 삼성특검으로 여러모로 기업의 입장이 편하지 않은 상황이기에 더욱 이런 저런 제안이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남의 땅에 감놔라 배놔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논하면서 몰아세우지 말고 기업과 시민사회, 울산시가 함께 공감하는 자세가 먼저 필요하다.
생태공원 조성을 위한 매립장 부지의 매입비용 또한 만만치 않은 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SK에서 조성한 울산대공원이 좋은 사례이다. 민자유치나 시민들의 자발적 공원만들기 운동을 할 수 있는 방법도 찾아 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특별히 박맹우 울산시장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태화강 용금소 일대 태화루 복원과 공원화사업은 후세들의 자산으로 물려주는 귀한 선물이다. 공업화에 일그러진 울산의 정기를 바로세우는 또 하나의 선물, 돝질산 울산타워에서 사방팔방 울산을 둘러보며 유유자적 산책해보길 기대한다. okwondo@hanmail.net [2008.03.17 22:4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