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 돝질산이 있다. 남구 야음장생포동에 있는 도심의 야산이다. 이곳에 오르면 주변의 산과 바다, 강, 공단, 도심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돝질산 주변의 일부 지역은 생활쓰레기를 매립하는 삼산쓰레기매립장이다. 오는 2014년이 돼야 매립장 안정화 사업이 완료되고, 완충녹지 조성도 일단락이 된다.
그런데 이곳에 고라니로 추정되는 야생동물이 산다는 소문이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관계자는 "고라니로 추정되는 야생동물의 발자국 수십여개를 발견하고 흔적도감과 비교해 보니 고라니 발자국이 분명했다"고 말했다. 또한 삼산매립장 관리직원도 "고라니 2마리가 여천천을 건너가거나 삼산매립장 위에서 뛰노는 모습을 종종 보았다"고 말했다. 고라니 발자국이 발견된 지점은 돝질산과 삼산매립장 등 인근 녹지와 연결되는 곳으로 발자국은 하천변 모래바닥에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고 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정말이지 대단한 소식이다.
고라니는 관목이 우거지고 건조한 곳에 주로 서식한다. 보통 2~4마라씩 지내지만, 드물게 무리를 이뤄 지내기도 한다. 갈대나 거친 풀을 즐겨 먹는다. 이런 고라니가 산이나 들판도 아니고 도심 속의 섬이라 할 수 있는 돝질산과 삼산매립장까지 왔다는 것은 그것 만으로도 놀랍고 신나는 뉴스거리다. 야생동물이 도로(장소)를 건너는 이유는 서식지와 먹이 장소가 도로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돝질산 주변은 먹이도 풍부하지 않고 서식지로서도 적합하지 않다. 그렇다면 길을 잘못 들었을 수도 있다.
문제는 돝질산까지 오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도심 전체가 로드킬 우려지역이어서 목숨을 건 모험 끝에 겨우 낯선 장소에 이르렀을 것이다. 판단컨데 산업로 차단 녹지를 타고 왔거나 문수산-신선산-여천천을 통해 왔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문제는 이제부터이다. 전문가들이 투입돼 발자국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 고라니로 판명이 될 경우 그 장소에서 고라니가 생활해도 전혀 이상이 없을 것인지, 먹이는 충분한지, 환경은 쾌적한지 등도 조사해야 한다. 도심 속 고라니 출현 소식은 반가우나 야생동물도 제각각 최적의 서식처가 있는 법이다. 돝질산 주변 삼산매립장은 아직 안정화 사업이 진행 중에 있는 만큼 최적의 서식장소로서는 제약이 많을 것이다. 관계 당국이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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