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글

상수도 민영화 관련..

아쿠오 2008. 4. 14. 00:58

길어도 읽어주세요. 모두 피가되고 살이되고 목숨이 되는 이야기입니다.

 

한미 FTA체결되면 70년동안은 꼼짝 못하고 금값물을 마실수 밖에 없다는 걸 알아주세요.

너무 비싸 빗물 받아마셨다고 소송건 미국-기업 입니다.

 

http://h21.hani.co.kr/section-021003000/2008/02/021003000200802210698044.html

아르헨티나, 멋지게 물 먹다


상하수도 서비스 민영화 이후 13년 동안 시설 투자 못 받고 살인적인 요금 인상에 시달려

▣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66억 인류의 약 30%가 물 부족 국가에 살고 있다. 10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깨끗한 물’에 굶주려 있다. ‘석유전쟁’ 다음은 ‘물전쟁’이란 말이 허튼 소리는 아닌 게다. 유엔이 산하 24개 국제기구와 공동으로 지난 2006년 3월 펴낸 <제2차 세계 물개발보고서>에서 “안전한 물 공급을 통해 질병을 줄이고, 수명을 연장하고, 마실 물 확보를 위해 쏟아붓는 시간을 다른 경제활동에 활용하게 된다면 지구촌 차원에서 연간 3천억~4천억달러의 경제유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물은 인권이다. 물은 삶이다.’ 지난 2005년 12월 홍콩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 각료회의에 앞서 한 시민단체 활동가가 섣부른 물 사유화가 가져올 폐해를 경고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REUTERS/ PAUL YEUNG)

 

 


세계은행이 부과한 구조개혁의 일환


말은 쉬운데 현실은 어렵다. 문제는 역시 ‘돈’이다. 물 부족 국가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가난한 나라는 상하수도 시설 신설·보수에 투자할 재원이 없다. 유일한 대안은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등 국제금융기구의 지원뿐이다. 다만 이들의 자금 지원엔 ‘조건’이 따라붙는다. 1997년 외환위기와 구제금융을 경험한 우리에게도 낯익은 ‘구조조정’이란 이름의 ‘사유화’가 그것이다.

국제금융기구가 다국적 자본과 합작해 ‘물 사유화’를 일궈낸 대표적 사례는 아르헨티나에서 찾을 수 있다. 경제위기에 몰려 구제금융을 지원받고, 위기 돌파를 위해 상하수도를 포함한 공공부문 민영화에 적극 나섰던 아르헨티나의 경험은 섣부른 물 사유화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1980년까지만 해도 아르헨티나의 광역 상하수도망은 국영기업인 ‘오브라스 사니타리아스 데 라 나시온’(OSN)이 운영했다. 그 해 호르헤 라파일 비델라 군사정권은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권역을 제외한 아르헨티나 전역의 광역 상하수도망 관리·운영을 지방자치단체로 이양했다. 중앙정부의 예산 부족을 메우기 위한 조처였다.

오랜 군사독재와 만연한 부패, 피폐한 경제 상황과 한때 5천%를 넘나드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 속에 1989년 7월 카를로스 메넴 정부가 들어섰다. 메넴 대통령은 IMF와 위기 탈출을 위해 세계은행의 지원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취임한 지 한 달여 만인 그해 8월 메넴 정부는 이른바 ‘국가개혁 법안’을 통과시키고,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한 민영화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국영통신업체와 철강업체가 잇따라 민영화됐고, 이어 상하수도 부문이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OSN이 맡고 있던 부에노스아이레스 권역의 상하수도 체제는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매설 수도관이 노후한 탓에 누수율은 50%에 육박했고, 물 수요가 많은 여름철이면 단수가 밥 먹듯 이어졌다. 하수시설은 턱없이 부족했고, 오염처리 능력도 미미한 수준이었다.

이 무렵 OSN은 세계은행이 부과한 ‘구조개혁’ 과정에서 예산 삭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1991년 OSN 대표가 “상하수도 시설 개선·확충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능력이 없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OSN은 애초 300만 인구에 상하수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고 있었다. 그러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인구가 급격히 늘면서 곳곳에 슬럼이 형성돼, 부에노스아이레스 권역 주민의 약 30%가 적절한 상하수도 시설 없이 살아가게 됐다.

‘민영화’가 유일한 대안으로 떠올랐고, 동시에 상하수도 요금이 급격히 오르기 시작했다. 1991년 한 해에만 상하수도 요금 ‘두 자릿수 인상’이 꼬리를 물었고, 관련 세금까지 신설되면서 삽시간에 60~70%까지 요금이 치솟았다.

‘시장’에 나온 부에노스아이레스 권역 상하수도 운영권을 거머쥔 것은 프랑스계 거대기업 수에즈와 비벤디가 주도한 다국적 컨소시엄 ‘아구아스 아르헨티나스’(이하 아구아스)였다. 이 업체는 상하수도 요금 26.9% 인하와 대규모 시설투자 등을 내걸고 1993년 3월 부에노스아이레스와 인근 14개 지역 930만여 명의 주민들에게 상하수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30년짜리 계약을 따냈다. 사상 최대 규모의 ‘물 사유화’가 성사된 게다.


가정용 상수도 요금 88.2% 치솟아


아구아스 쪽은 운영권 확보 직후 ‘약속’대로 요금 인하를 단행했다. 하지만 민영화 전 이미 요금이 치솟은 탓에 이는 눈먼 생색에 불과했다. 아울러 OSN 노동자 7200명이 삽시간에 일자리를 잃었다. “마지막 피 한 방울을 쏟을 때까지 민영화에 맞서 싸울 것”이라던 노조 지도부가 아구아스 쪽의 ‘지분 보장’ 약속에 맥없이 무너져내린 뒤였다. 하지만 이는 다가올 ‘재난’의 전주곡에 불과했다.

애초 아르헨티나 정부는 민영화 이후 첫 5년간 상하수도 요금을 동결하고, 이후 매 5년마다 물가 인상에 연동해 요금 인상을 논의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아구아스 쪽은 민영화 이후 불과 8개월여 만에 요금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계약 내용과 별개로 빈민촌 등지에 대한 서비스 확충을 위해 2300만달러를 추가로 투자했다는 게 이유였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논란 끝에 부에노스아이레스 외곽에 무작위로 들어선 판자촌에 대한 우선 시설투자를 전제로 13.5% 요금 인상안을 승인했다.

아구아스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만성적인 요금 체납 문제를 뿌리 뽑겠다며, 3개월 이상 요금을 체납하는 가정에 대해선 무조건 물 공급을 중단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세계은행은 아구아스의 지분 5%를 매입하는 한편 9억여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지원하는 등 아르헨티나를 ‘상하수도 민영화의 시범사례’로 만들기에만 골몰했다.

요금이 급격히 인상되고 약속했던 인프라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불만이 쌓여갔다. 1997년 아르헨티나 의회는 자체 진상 조사를 통해 아구아스 쪽이 시설투자를 포함해 계약 내용을 45%도 지키지 않는다고 폭로했다. 신규투자를 하기로 했던 가압시설과 지하 수도관은 3분의 1 수준도 건설하지 않았고, 하수시설 부문에서도 약속한 투자액(4890만달러)의 5분의 1 수준인 940만달러가량만 투자했다는 게다.

그 결과는 극심한 환경오염으로 이어졌다. 아르헨티나 감사원이 2003년 발표한 감사 결과를 보면, 아구아스는 시설 부족 등을 이유로 관할 하수량의 12% 남짓만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처리되지 않은 하수는 고스란히 리오데라플라타강으로 흘러들었다. 당시 현지 시사지 <엘 포르테오>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인근 7개 지역에서 아구아스가 공급하는 물은 마실 물로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질산 수치가 높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아구아스가 연평균 20%를 넘는 순익을 내는 사이 민영화 이후 10년 새 부에노스아이레스 지역의 가정용 상수도 요금은 88.2%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아르헨티나의 물가상승률이 7.3%에 머물렀다. 그럼에도 2001년 아르헨티나 경제가 다시 위기로 내몰리며 물가가 치솟자 아구아스는 다시 요금 인상안을 꺼내들었다. 다만 이번엔 사정이 조금 달랐다.


다시 국영화한 뒤 각종 송사에 시달려


경제위기가 극심해지면서 2002년 초 아르헨티나 정부는 모든 공공요금을 동결했다. 이듬해 아르헨티나 정부는 아구아스를 포함한 공공부문 민영화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하겠다고 발표하기에 이른다. 아구아스 쪽은 아르헨티나 정부를 세계은행에 딸린 국제투자분쟁중재센터(ICSID)에 제소하겠다고 위협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결국 2006년 3월 아구아스 쪽과 맺은 계약을 파기했고, 업체 이름을 ‘아구아스 이 사네아미엔토스 아르헨티노스’로 바꿔 국영화했다. 이 과정에서 아구아스 소속 노동자의 절반가량이 다시 일자리를 잃었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아르헨티나 정부 쪽 자료를 보면, 1993~2006년 아구아스 쪽은 전체 계약 사항의 10% 남짓만 이행하는 데 그쳤다. 그럼에도 아르헨티나 정부는 오늘까지 수에즈 등이 제기한 각종 송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민영화가 약속했던 ‘장밋빛 미래’의 실체다.


http://h21.hani.co.kr/section-021003000/2008/02/021003000200802210698006.html너희가 물을 물로 보느냐


“물값이 금값될 것” 상수도 민간위탁 둘러싼 전쟁… ‘물산업육성법’ 시행되면 외국자본에도 개방


▣ 남원·전주·논산·대전=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그러니까 그게 무슨 소리요?” 전북 남원시 산내면 대정리에서 지리산 흑돼지집 ‘유정가든’을 운영하는 김충수(41)씨는 대뜸 목소리부터 높였다. “시장이 상수도를 민간위탁 한다잖아요.” 이점수 남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집행위원장이 말을 받았다. “안 그래도 지난해부터 그런 소리가 들리긴 하더만요. 오늘 면사무소에서도 뭐가 있다던데.” 김씨가 부산스럽게 물컵을 내려놓았다. 1월24일, 눈 내린 산내에서 1732m의 높이를 자랑하는 지리산 반야봉이 정오의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 1월24일 상수도 민간위탁에 반대하는 남원시 시민단체 회원들이 시청 앞에서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다. 남원 시민들의 촛불집회는 지난해 12월4일부터 두 달 넘게 이어지는 중이다. (사진/ 한겨레21 길윤형 기자)

 

 


수공에 맡긴 지자체 11개로 늘어


그날 오후 2시30분, 산내면 이장들은 ‘시정 설명식 및 주민과의 대화’가 열리는 면사무소 2층 강당으로 모여들었다. 면사무소 앞에는 남원 지역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전공노), 남원 경실련 등 21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만든 ‘남원시 상수도 민간위탁반대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관계자들이 나와 “수돗물 민간위탁 반대”을 외치고 있었다. 같은 시간 남원시는 이장들 앞에서 한국수자원공사(이하 수공)가 제작한 10분 분량의 상수도 민간위탁 홍보 동영상을 틀고 있었다. “통·리장은 수자원공사의 2중대가 아닙니다.” 대책위 관계자들은 준비해온 패널을 흔들어댔고, 최중근 시장은 민간위탁 진행 여부를 묻는 이장들의 질문에 “시민들의 이익이 되는 길이라면 반대해도 간다”고 말을 끊었다.

수돗물 민간위탁을 둘러싼 남원시의 전쟁이 시작된 것은 2006년께다. 남원시는 2006년 4월 수공에 남원시 상수도 운영 효율화에 대한 연구 용역을 맡겼고, 수공은 여섯 달 뒤인 그해 10월 ‘남원시 상수도 운영효율화사업을 위한 사업진단 보고서’를 내놨다. 결론은 예상대로 “남원의 상수도는 물 전문 기관인 수공에 맡겨 위탁관리하는 게 좋다”는 것이었다.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다.

뒤늦게 시의 상수도 민간위탁 계획을 알게 된 남원의 21개 시민사회단체들은 2007년 10월24일 대책위를 만들면서 본격적인 투쟁에 돌입했다. 남원시는 지난해 11월23일 상수도 민간위탁 안을 남원시의회에 제출했고, 대책위는 이에 질세라 12월4일부터 시청 앞에 천막을 쳐놓고 철야 농성을 시작했다. 양쪽의 극한 대립이 이어지자 남원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는 12월12일 시가 제츨한 상수도 민간위탁 안에 대해 ‘보류’ 결정을 내렸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대도시 사람들이 값싸고 질 좋은 수돗물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이, 지방 중소 지자체에서는 수년 전부터 소리 없는 물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전소희 전공노 대외협력부장은 “상수도 민간위탁을 둘러싼 지방 중소 지자체들의 싸움은 하나의 큰 흐름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상수도 민간위탁을 둘러싼 논쟁은 낡고 병들어 개선 조짐이 보이지 않는 농어촌 상수도 정책 실패의 책임을 누가 질 것인지에 대한 다툼이기도 하고, ‘물’이라는 인간 생존에 가장 필수적인 물질을 ‘공공재’로 볼 것인가, ‘경제재’로 볼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태도를 놓고 벌이는 치열한 투쟁이기도 하다. 2004년 3월12일 논산시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상수도 관리·운영 업무를 수공에 맡긴 뒤, 같은 길을 택한 지자체 수는 2008년 2월 현재 정읍·사천·거제 등 11개로 늘었다. 수공과 기본 협약을 맺고 정식 계약을 맺기 위해 논의를 벌이는 지자체는 그 세 배인 33곳이나 된다.

 

△ 상수도사업소의 수도관이 닿지 못하는 농어촌 오지에서는 마을 상수도를 통해 물을 정수해 마신다. 남원 산내면에 자리한 한 ‘마을 상수도.’(사진/ 한겨레21 길윤형 기자)

 

 

 

김치응 논산시 수도사업소장은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자체에 상수도를 끝까지 책임지라고 하는 것은 가혹한 일”이라고 말했다. 2006년 현재 우리나라의 상수도 보급률은 91.3%로 올라섰지만, 지방 중소 도시의 수돗물 여건은 뿌리부터 썩어들고 있었다. 상수도관은 오래 사용하면 안에 녹이 슬고 물이 새기 마련이다. 1990년대 말에 들어서며 60~70년대에 대규모로 매설된 상수도관의 내구 연한이 한계에 다다르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는 치적에 관심을 갖게 마련인 지자체 장들은 병들어가는 상수도를 외면했고, 중앙정부는 “지방 상수도는 지자체의 고유 업무”라며 눈을 감았다.


돈이 많이 드니까 위탁해야 한다?


상수도 민간위탁을 결심했을 때 논산의 사정은 어땠을까? 상수도의 효율을 재는 가장 대표적인 척도는 상수도 사업자가 만들어 내보낸 수돗물 가운데 요금이 걷힌 물의 양을 뜻하는 ‘유수율’(有收率)이다. 2003년 현재 상수도 보급률은 56.9%에 머물렀고, 유수율은 58%였다. 물 100t을 만들어 보내면, 실제 요금이 걷히는 물은 58t밖에 안 된다는 얘기다. 김치응 소장은 “이래서는 손해가 안 날 수 없다”고 말했다. 민간위탁이 시작되기 전까지 3년 동안 논산시에서 상수도 쪽에 투자한 돈은 23억원에 불과했다.

문제는 관의 노후화였다. 논산 시내 전체 관로 534km 가운데 20년 이상 된 노후 관로는 41%였다. 관을 교체하려면 돈이 든다. 이문옥 전주시민회 상임운영위원은 “어떤 지자체장이 티 안 나고 고생만 하는 상수도 사업에 해마다 큰 예산을 쏟아붓겠냐”고 말했다. 수공은 상수도 관리를 시작한 2004년 3월12일 이후 논산시 상수도 운영 효율화 사업을 위해 205억원을 쏟아부어 유수율을 2007년 현재 67%로 올렸다. 수공 쪽은 논산 지역의 고객 만족도도 2004년 57점에서 2007년 현재 67점으로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신송운 논산 수도서비스센터장은 “2003년 수공에 상수도를 맡긴 논산시의 선택은 최선이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논산시장은 골치 아픈 상수도 업무를 수공에 떠넘기고 수돗물 관리 책임을 벗어던지고 싶었을 것이다.

단기적으로 볼 때, 위탁 뒤 논산의 수돗물 사정이 나아졌다는 수공의 주장에 토를 달긴 힘들다. 대신 물값이 어느 정도 오르긴 했다. 논산의 t당 수돗물 평균 단가는 2003년에는 614.7원이었지만, 수공이 위탁을 시작한 2004년에는 38.3%가 올라 851원이 됐다. 그러나 가구당 추가 부담 수준은 몇천원 선에 불과해 시민들은 요금 인상을 뼈저리게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우리나라에서 수돗물이 만들어지는 방식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지자체가 관내를 흐르는 강물을 퍼올려 수돗물로 정수하는 ‘지방상수도’고, 다른 하나는 수공이 만든 수돗물을 사다 먹는 ‘광역상수도’다.

지방의 상수도 시설을 떠안은 수공이 가장 먼저 벌이는 일은 지자체의 자체 상수도 생산시설인 정수장을 폐쇄하는 것이다. 자기네가 생산하는 광역상수도를 팔기 위해서다. 2001년 논산은 자체 정수장에서 해마다 725만t의 물을 만들고, 627만t을 수공에서 사먹었다. 비율로 따지자면 53:47이었다. 그러나 논산시는 상수도 위탁을 전후해 연무·강경·연산 정수장을 차례로 폐쇄했다. 2006년 논산시에서 자체 생산한 물은 17만5천t으로 줄어들었고, 사먹는 물은 1274만t으로 늘었다. 비율은 이제 2:98이다. 자체 생산시설을 잃은 논산시는 30년으로 정해진 위탁 기간이 끝나더라도 계속 비싼 수공의 광역상수도를 사먹을 수밖에 없다.


전주, 시가 끝까지 책임지기로


수공의 광역상수도 가격은 그동안 가파르게 상승해왔다. 1997년 t당 133원에 불과했던 ‘정수’ 가격은 2006년 현재 394원이다. 2006년 이영순 민주노동당 의원에게 제출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1997년 2317억원에 불과했던 광역상수도 판매 수입은 2006년 7310억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확인된다.

민간위탁은 대세인가. 애초 추진하던 민간위탁 계획을 백지화한 전주시의 사례가 눈길을 끈다. 전주에서 상수도 민간위탁 논의가 시작된 것은 2004년 11월부터다. 남원에서처럼 전주에서도 상수도 민간위탁을 막으려는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대운동이 거세게 전개됐다. 2005년 6월9일 전주시민회 등 18개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전주시 상수도 민간위탁 반대 물공공성 확보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김완주 당시 전주시장과 담판을 지었다.

 

△ 전주시는 한국수자원공사에 민간위탁을 주는 대신 1400억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어 수도시설을 개선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전주시 상수도사업소의 한 민원 창구 모습.

 

 


당시 반대운동을 주도했던 이문옥 전주시민회 상임운영위원은 “재임 기간에 상수도를 그대로 방치한 김완주 전 시장의 책임을 호되게 물었다”고 말했다. 전주시의 상수도 유수율은 1999년 70.3%에 달했지만, 민간위탁 논의가 벌어지던 2005년에는 63.1%로 떨어진 상태였다. 전북도지사 자리를 노리고 당시 강현옥 도시사와 열린우리당 후보 자리를 다투던 김 시장은 반대 여론이 커지자 태도를 바꾼다. 시민사회단체 쪽에 민관협력위원회 구성을 제안한 것이다. 박재순 전공노 전북지역본부 선전부장은 “위원회에서 위탁 문제를 재논의해보자는 취지였지만 사실상 위탁 계획 백지화와 같은 뜻이었다”고 말했다.

안석 전주시 상수도사업소 급수과장은 “민간 사업자는 어찌됐건 이윤을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가 수돗물을 끝까지 책임져보자고 결심을 한 거죠.” 전주시는 곧 유수율을 높이기 위해 엄청난 투자계획을 내놓는다. 2006년부터 2012년까지 7년 동안 1436억원을 쏟아부어 2006년 현재 64.8%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시내 유수율을 85%까지 끌어올리기로 한 것이다. 전주시는 유수율을 목표치만큼 올리면 해마다 80억~100억원어치의 물값을 아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 돈으로 노후관 교체 등에 들어간 어마어마한 투자금을 회수할 계획이다.

그렇지만 전주는 다른 지자체의 대안이 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정부가 골칫덩어리로 전락한 농어촌 상수도 정책 실패의 책임을 주민들의 가난한 지갑에 전가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물의 공공성을 지키면서도 낙후된 농어촌 상수도를 개혁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대신, 상수도 사업을 시장 경쟁에 맡기는 쉽고 위험한 길을 택했다.


수에즈·베올리아·알베에…


그 결과물이 올해 상반기에 입법 예고될 예정인 ‘물산업육성법’이다. 환경부는 앞으로 164개로 쪼개진 상하수도 사업을 30개 유역권으로 통합하고, 상수도 관리운영권을 지자체, 수공, 국내 민간기업, 외국자본 등에 개방할 방침이다. 법이 통과되면 낙후된 시설에 기대 세금을 부과해가며 생산원가보다 싼 수돗물을 공급해오던 농어촌 지자체들은 ‘비효율’이라는 이름 아래 통폐합되고,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수공 등 토종 세력과 수에즈(프랑스)·베올리아(프랑스)·알베에(독일)·아그바(스페인)와 같은 초국적 물자본들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게 된다. 평소에도 도시민들보다 2~3배 비싼 돈을 내야 했던 농어촌 주민들은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납득하기 힘든 물값 폭등을 감수해야 될지 모른다.

 

△ 지방 중소 도시의 정수장은 규모가 작아 수돗물 생산원가가 대도시보다 높다. 하루 4만t의 수돗물을 생산하는 전주시 대성정수장.


 

 

1월24일 저녁 7시, 임성호 전공노 남원시지부 민영화 저지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남원시청 앞에서 촛불을 흔들고 있었다. 그는 “남원 시민의 생명인 수돗물을 기업의 이윤 추구 대상으로 만들 순 없다”고 말했다. 남원시는 그동안 1t당 1218원에 수돗물을 만들어 t당 400원씩 손해보며 794원에 팔아왔다. 농어촌 상수도가 문제라면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 부담 주체를 정해 개선하면 된다. 아무도 불만이 없는 상식적인 일 처리를 ‘문제’라 우기며 ‘효율’과 ‘민영화’를 외치는 정부를 보는 것은 난감한 일이다.


우리나라 상수도 산업의 특징을 묘사하는 가장 정확한 단어는 ‘빈익빈 부익부’가 아닐까 싶다. 2006년 12월 현재 우리나라 인구 4962만 명 가운데 수돗물을 보급받는 인구는 전체의 91.3%인 4530만 명으로 이미 선진국 수준을 넘어섰다. 그러나 시·도별로는 큰 차이를 보인다. 서울(100%), 부산(99.5%), 대구(99.6%), 인천(97.6%) 등 대도시들이 100%에 가까운 수치를 보이는 데 견줘, 농·어촌 지역인 충청남도(64.4%)와 전라남도(67.9%)는 70%에도 미치지 못한다. 경상북도도 78.7%로 대도시에 견줘 낮은 수준이다.

수돗물은 지자체가 관내를 흐르는 강물 등을 취수해 마시는 ‘지방상수도’와 한국수자원공사가 생산하는 정수나 원수를 사다 마시는 ‘광역상수도’로 나뉜다. 1994년 낙동강물 페놀 오염 등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애초 건설부(지금의 건설교통부) 관할이던 수도 업무의 일부가 환경처(지금의 환경부)로 이전됐다. 이후 1995년부터 지방상수도는 환경부, 광역상수도는 건설부가 관리하는 이원 관리 체계가 유지돼왔다. 지자체는 ‘정수’ 기준으로 t당 394원이나 하는 비싼 광역상수도보다 직접 만들어 마시는 지방상수도를 사용하기를 선호한다.

그 결과 수도 산업에서는 4조원 넘는 중복 투자가 이어졌다. 감사원은 2005년 11월 감사 결과 처분 요구서 ‘상수도 개발 및 운영실태’에서 1995년 이후 이원화된 우리나라 상수도 사업 정책의 전반에 대한 호된 질책을 쏟아놓았다. 환경부와 건교부는 대도시와 농어촌 사이의 수돗물 격차를 좁힐 고민은 접어두고, 별도의 협의 절차도 없이 각각 지방상수도와 광역상수도에 중복 투자를 거듭했다. 그 때문에 1995년 현재 69.5% 수준을 유지하던 상수도 평균 가동률은 2003년 현재 54.5%로 떨어졌다.

지방상수도의 노후화는 환경부의 논리대로 농어촌 상수도 사업소의 비전문성과 무능력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환경부의 탓도 크다. 환경부는 2001년 2월23일 ‘상수도유수율제고업무처리규정’(환경부 훈령 486호)이란 것을 만들어 지자체에 5년에 한 번씩 유수율을 높이기 위한 종합계획의 제출을 의무화했지만, 이를 이행한 지자체는 하나도 없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수돗물도 양극화

 

정부는 지역 격차 줄일 고민 대신 중복 투자만 거듭

우리나라 상수도 산업의 특징을 묘사하는 가장 정확한 단어는 ‘빈익빈 부익부’가 아닐까 싶다. 2006년 12월 현재 우리나라 인구 4962만 명 가운데 수돗물을 보급받는 인구는 전체의 91.3%인 4530만 명으로 이미 선진국 수준을 넘어섰다. 그러나 시·도별로는 큰 차이를 보인다. 서울(100%), 부산(99.5%), 대구(99.6%), 인천(97.6%) 등 대도시들이 100%에 가까운 수치를 보이는 데 견줘, 농·어촌 지역인 충청남도(64.4%)와 전라남도(67.9%)는 70%에도 미치지 못한다. 경상북도도 78.7%로 대도시에 견줘 낮은 수준이다.

수돗물은 지자체가 관내를 흐르는 강물 등을 취수해 마시는 ‘지방상수도’와 한국수자원공사가 생산하는 정수나 원수를 사다 마시는 ‘광역상수도’로 나뉜다. 1994년 낙동강물 페놀 오염 등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애초 건설부(지금의 건설교통부) 관할이던 수도 업무의 일부가 환경처(지금의 환경부)로 이전됐다. 이후 1995년부터 지방상수도는 환경부, 광역상수도는 건설부가 관리하는 이원 관리 체계가 유지돼왔다. 지자체는 ‘정수’ 기준으로 t당 394원이나 하는 비싼 광역상수도보다 직접 만들어 마시는 지방상수도를 사용하기를 선호한다.

그 결과 수도 산업에서는 4조원 넘는 중복 투자가 이어졌다. 감사원은 2005년 11월 감사 결과 처분 요구서 ‘상수도 개발 및 운영실태’에서 1995년 이후 이원화된 우리나라 상수도 사업 정책의 전반에 대한 호된 질책을 쏟아놓았다. 환경부와 건교부는 대도시와 농어촌 사이의 수돗물 격차를 좁힐 고민은 접어두고, 별도의 협의 절차도 없이 각각 지방상수도와 광역상수도에 중복 투자를 거듭했다. 그 때문에 1995년 현재 69.5% 수준을 유지하던 상수도 평균 가동률은 2003년 현재 54.5%로 떨어졌다.

지방상수도의 노후화는 환경부의 논리대로 농어촌 상수도 사업소의 비전문성과 무능력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환경부의 탓도 크다. 환경부는 2001년 2월23일 ‘상수도유수율제고업무처리규정’(환경부 훈령 486호)이란 것을 만들어 지자체에 5년에 한 번씩 유수율을 높이기 위한 종합계획의 제출을 의무화했지만, 이를 이행한 지자체는 하나도 없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상수도 민영화, 어떤 방식일까

 

운영을 전문기업에 위탁, 요금은 이윤 뽑을 수 있는 수준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물산업 육성정책의 핵심은 ‘상수도의 민영화’다. 정부의 민영화 계획은 상수도 기반시설의 소유권까지 민간 자본에 넘기는 완전 민영화가 아닌 운영을 전문기업에 위탁하는 구조다. 이를 위해 정부는 ‘물산업 육성법’(가칭)을 새로 만들어 그동안 국가공사나 지방공사 등에 한정돼 있던 수도사업자의 자격을 민간기업에까지 확대하는 방침을 정했다.

물산업은 대규모 장치산업이기 때문에 사실상 시장 내 경쟁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경쟁’은 어떻게 이뤄지나. 물 기업들은 상수도를 위탁하려는 지방자치단체 쪽에 더 나은 운영 조건을 제시하며 경쟁한다. 시장 안에서의 경쟁이 아닌, 시장에 진입하려는 경쟁이다.

그러나 기업은 돈이 되지 않으면 시장에 뛰어들지 않는다. 우리나라 지방 상수도는 대부분 만성적 적자에 시달린다. 정부는 이를 위해 164개로 쪼개진 상수도를 유역별로 통합해 30개 정도로 합칠 계획이다. 정부는 상수도의 운영을 민간기업에 맡기는 대신 지자체가 적절히 관리·감독하면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정부는 자본 유치를 위해 신도시 등을 만들 때 민간사업자에게 투자 기회를 주고 부가가치세 등도 감면해줄 방침이다.

정부의 구상대로라면 앞으로 수돗물 요금은 공공성에 대한 고려 대신 사업자가 투자금에 대한 이윤을 뽑을 수 있는 수준에서 결정된다. 2006년 현재 우리나라의 상수도 요금은 1t에 537원으로 민영화가 추진된 영국(1820원), 프랑스(1579원), 독일(2446원)의 20~30%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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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사업이 지자체별로 쪼개져 요금 천차만별…자본은 시장을 또 어떻게 뒤흔들까


▣ 평창=글 김경욱 기자dash@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집 전화로 30분 동안 시내 통화를 했다. 누구는 300원의 요금을 내면 되지만 다른 누구는 1천원의 요금을 내야 한다면? 1시간에 10kw의 전기를 사용했다. 이번에도 역시 누구는 300원의 요금을 내면 되지만 다른 누구는 1천원의 요금을 내야 한다면?

물론 가정이다. 현재 전기요금과 통신요금은 동일한 사용량에 대한 요금 편차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고 있지만 이같은 가정은 수도요금에서만은 현실이 된다. 똑같이 1t의 물을 쓰더라도 경기도 과천시 주민들은 345원만 내면 되지만, 강원도 평창군 주민들은 1071원을 내야 한다. 무려 3배 이상의 가격 차이다. 왜 그럴까?


 

△ 강원도 평창군 대화면 대화6리의 소규모 급수시설. 상수도가 보급되지 않는 지역에는 계곡물을 정수·소독해 주민들에게 공급한다.

 

 


평창군, 생산원가 40%로 공급


전기와 통신은 전국 규모로 통합돼 운영되지만, 수도 사업은 전국 164개 지자체별로 잘게 쪼개져 운영된다. 각 지자체가 별도로 수도 사업을 운영하다 보니 지자체의 크기, 물 사정, 재정 여건에 따라 요금이 달라진다. 수돗물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돈은 수도 시설에 들어간 투자비와 그에 대한 이자, 감가상각비, 유지관리비, 시설을 운용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인건비 등을 합쳐 산정된다. 그렇게 따졌을 때 강원도 평창군의 수돗물 생산원가는 t당 2624원이나 된다. 가장 비싼 영월(2894원)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다.

왜 평창 사람들은 서울이나 과천 사람보다 비싼 돈을 내고 물을 마실까. 여러 이유들이 겹친다. 평창의 인구 밀도는 1㎢당 31명으로 매우 낮다. 가수 조용필의 연말 공연 입장객 수와 비슷한 4만4천여 명이 강원도 총면적의 8.6%에 해당하는 지역에 퍼져 산다. 마을은 골짜기마다 뿔뿔이 흩어져 있다. 아파트에서는 짧은 수도관으로 많은 집에 물을 공급할 수 있지만 평창은 그렇지 않다. 그래도 마을마다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서 수도관은 산 넘어 물 건너 흩어진 마을들을 하나로 이어야 한다.

정수장 역시 여러 개가 필요하다. 평창군에는 평창·미탄·대화·봉평·진부·월정·대관령 정수장 등 총 6개의 정수장이 있다. 서울·부산과 같은 6개고, 대구·광주보다 1개가 더 많다. 이는 고스란히 생산원가에 포함된다.

평창의 상수도 보급률은 67.7%다. 평창 군민의 27%는 마을 상수도와 소규모 급수 시설을 이용한다. 5%는 수도관이 닿지 않아 여전히 지하수와 우물 등을 사용한다. 평창군 상하수도사업소는 상수도가 보급되지 않는 지역에 소규모 정수장과 소독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관리는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한다. 수도사업소는 3개월에 한 번씩 수질 검사, 하자 보수 등을 맡는다. 주민들에게 따로 수도요금을 받지 않는다. 시설운영비는 주민들이 자치조직을 만들어 갹출해 충당한다. 이운배 평창군 상하수도사업소 소장은 “마을 상수도를 설치하고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평창은 산간지대다. 저지대에서 고지대로 수돗물을 보내려면 별도의 가압시설이 필요하다. 적정 수압에 이르지 않으면 물은 높은 곳에 흩어진 마을에 닿지 못한다. 고지대에서 저지대로 물이 내려올 때는 반대로 수압을 낮추는 감압시설이 필요하다. 물이 저지대로 내려오는 동안 수압이 높아져 관이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압과 감압 시설은 전기로 작동된다. 전기를 쓴다는 것은 돈이 든다는 뜻이다. 이런 부가시설의 설치·유지비가 추가되면서 생산원가는 폭등한다.

 

△ 평창군은 t당 2624원을 들여 물을 만든 뒤 1071원에 주민들에게 공급한다. 평창강에서 취수된 물은 침전지와 여과지 등을 거쳐 이곳 정수지에 저장된 뒤 가정으로 운반된다.


 

 

그런데도 평창군은 주민들에게 t당 생산원가를 다 받지 못한다. t당 2624원을 들여 물을 만든 뒤 40% 수준인 1071원에 판다. 지자체의 상수도 사업은 일반회계에서 독립된 특별회계로 운영된다. 군은 1t을 팔 때마다 1500원씩 적자를 보고, 그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일반회계에 손을 댄다. 최영훈 평창군 상하수도사업소 계장은 “원가대로 받으면 주민 부담이 커진다”고 말했다. 전국에서 수도요금이 높기로 소문난 강원도 정선·영월·인제·홍천·태백이 모두 같은 상황이다.


수도요금 인상 압박하는 중앙정부


이해하기 힘든 것은 중앙정부의 태도다. 중앙정부는 이 지자체들을 향해 지방교부세를 무기로 수도요금 현실화를 압박하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지난해 수도요금을 생산원가만큼 올리지 않은 평창군에 1억5천만원의 지방교부세를 삭감했다. 주민 진옥자(45)씨는 “도시에 살지 않는 것이 죄냐”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수돗물이 가장 싼 과천시는 한국수자원공사에서 물을 사 주민들에게 공급한다. 과천시는 경기도 하남시에 위치한 팔당댐에서 원수 1t을 213원을 주고 사들인다. 그렇게 사들인 원수를 자체 정수시설을 통해 수돗물로 만들어 내보낸다. 6만9천여 명이 살고 있는 과천시의 상수도 보급률은 98.2%다.

그러나 과천시의 수돗물 생산원가가 그렇게 싼 것은 아니다. 서울의 경우엔 한강에서 수돗물을 취수해 비용이 들지 않지만, 과천은 수자원공사에다 1t당 213원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지 관리비 등이 더해져 t당 생산원가는 1098원이다. 전국 평균가인 704원에 견주면 300원이나 비싸다. 그렇지만 주민들에게 공급하는 가격은 t당 345.5원에 불과하다. 과천 경마장에서 거둬들이는 마권세로 높은 재정자립도를 유지하는 덕분이다. 노태수 과천 상수도사업소 상수행정팀장은 “과천은 유동인구가 많아 물값이 비싸지면 식당과 음식점이 타격을 받는다”며 “주민들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가칭 ‘물산업육성법’을 만들어 수돗물에 경쟁 원리를 도입할 계획이다. 능력이 없는 지방의 중소 규모 수도사업소들은 통폐합되고, 그 운영권을 따내기 위해 공기업, 민간자본, 외국자본들의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다. 물산업의 구조개편이 끝난 뒤 평창 사람들과 과천 사람들은 t당 얼마의 물을 마시게 될까? t당 1500원씩 손해를 봐가며 산과 골짝 너머로 수돗물을 공급하던 평창군의 고집을 꺾어 한국 사회가 이루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단일 요금 적용할 수 없나

 

국가기관 설립하면 상수도사업본부·사업소·한국수자원공사 등의 반대 거셀 듯

우리나라 상수도 가격은 지자체별로 천차만별이다. 광역시 단위로 보더라도 서울시는 1t당 537원인데 견줘, 강원도는 그 두 배 정도인 1055원이다. 상수도 보급률도 마찬가지다. 특별시와 광역시의 보급률은 평균 99.1%인 데 견줘 면 단위 보급률은 40.7%다.

전기나 통신처럼 단일 요금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상하수도청과 같이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 국가기관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를 위해 상수도를 지자체의 고유 업무로 파악해왔던 우리나라 수도 관련 법률 체계에 대손질이 불가피하다. 그동안 별 탈 없이 수돗물을 공급해왔던 대도시 상수도사업본부나 상수도사업소, 광역상수도 운영권을 쥐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수공) 등의 반대는 불보듯 뻔하다.

도시민들이 상수도 요금 추가 부담을 반가워할지도 미지수다. 전국 단일요금을 적용하려면, 그동안 싼 물을 마셔왔던 대도시 주민들의 요금 부담은 높아지고, 농·어촌 주민들의 부담은 낮아진다. 전국의 광역상수도를 통합해 운영 관리하는 수공은 ‘정수’ 기준으로 t당 394원의 전국 단일요금을 유지하고 있다. 신병호 수공 수도사업처 차장은 “광역 상수도의 경우 농어촌 지역에서는 오히려 손해를 보면서 전국 단일요금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결국 돈이다. 전국적으로 노후관을 교체하는 데 5~7년 동안 10조원의 돈이 들고 상수도 보급률을 높이는 데도 만만찮은 예산이 들어간다. 송유나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사무처장은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다양한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상하수도 요금을 일정 부분 올려 상하수도의 건설·관리에 필요한 기금을 마련해보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20년 만에 받아본 수돗물

 

겨우 시민의 권리를 찾은 강남 비닐하우스촌, 기업이 물줄기를 쥔다면?

서울 서초구 양재2동 212번지. 비닐과 판자를 얼기설기 엮은 비닐하우스촌을 구청이 설치한 철벽이 단단하게 품고 있다. 5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는 비닐하우스촌에는 잔디 한 포기 찾아볼 수 없지만, 주민들은 이 거친 땅을 ‘잔디마을’이라고 부른다.

이능자(69)씨 집 안 곳곳은 물이 꽉 들어찬 큰 통이 차지하고 있었다. 이씨는 세탁기를 돌릴 때 하수구로 흘러 들어가는 물을 버리지 않고 받아둔다. 걸레를 빨거나 화장실 변기에 물을 채울 때 사용하기 위해서다. 수도요금 한두 푼 아끼기 위해서가 아니다. 귀하게 얻은 수돗물이기 때문이다.

이곳에 수돗물이 처음 들어온 날은 2004년 8월4일이다. 애초 이 터에 주민들이 살게 된 것은 198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시는 강남 지역을 개발하면서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곳곳의 자투리 땅을 ‘체비지’로 남겨두었다. 점차사람이 살지 않는 빈 터에 도시 빈민들이 몰려들었다. 서울시는 “주민들이 불법으로 땅을 점유하고 있다”며 물과 전기를 공급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며 전기는 돈을 주고 이웃에서 끌어올 수 있었지만, 물은 그렇지 못했다. 약수물을 받아오거나, 근처 공원으로 가 수돗물을 길어와 식수로 써야 했다. 주민들은 이런 물을 ‘도둑 수돗물’이라 불렀다. 몸의 불편함보다 이웃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게 더욱 고역이었다.

 
 

 


1991년 마을에 지하수를 팠다. 수질은 따져볼 생각도 못했다. 이웃 눈치 보지 않고 물을 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주민 대부분이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하는 잔디마을 주변에는 쓰레기장과 고물상이 들어서 있다. 여름에 비가 오면 화장실에서 넘친 물과 쓰레기장, 고물상에서 흘러나온 물이 땅 밑으로 스며들었다. 지하수는 이렇게 오염돼갔다. 이갑순(75)씨는 “지하수를 받아놓고 서너 시간만 지나면 파란 이끼가 꼈다”고 회상했다.

수돗물 공급의 계기가 마련된 것은 2004년 4월 <한겨레>와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가 잔디마을과 같은 강남 비닐하우스촌 7곳의 지하수 수질 검사를 벌인 뒤다. 주민들이 마시던 물은 몸에 산소를 공급하는 헤모글로빈의 생성을 막는 질산성 질소에 오염돼 있었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는 “불법 비닐하우스촌에 물을 넣어주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깨끗한 상수도를 공급받는 것은 시민의 권리라는 주장을 당해낼 순 없었다. 주민들은 수돗물이 들어오던 날 고사상에 돼지 머리와 함께 수돗물을 올렸다.

“국가도 20년이 지나서 넣어줬습니다. 기업이 물줄기를 쥐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물을 쓸 수나 있겠습니까. 죽으라는 소리죠.” 잔디마을 김경선(62)씨의 말이다. 박순석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선교사는 “물은 생명인데, 생명을 담보로 돈벌이를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http://h21.hani.co.kr/section-021003000/2008/02/021003000200802210698037.html공공서비스를 흔드는 신호탄


국민의 생명을 시장에 맡기는 정부의 물산업지원법…다국적 물기업의 국내 진입 불가피

▣ 백명수 수돗물시민회의 사무국장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정부는 지난해 7월 ‘물산업 육성 5개년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물은 더 이상 공공재가 아닌 경제재이며, 먹는 물을 공급하는 ‘공공수도 사업’을 ‘물산업’으로 규정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상수도 공급 주체를 지방자치단체에서 물 전문기업으로 바꾸고, 물산업 육성을 위한 여건과 제도를 정비하는 것을 뼈대로 한 ‘물산업지원법’(가칭)을 만들어 올 상반기에 입법예고할 계획이다.


수도사업에 대한 사회적 합의 깨지나


물산업지원법은 국가 음용수의 상품화와 물을 상품으로 생산하는 민간 전문기업 육성을 통해 ‘봉이 김선달’을 합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수도법’과 ‘먹는물관리법’으로 관리돼온 물이라는 공공재가 물산업지원법으로 국민의 통제를 벗어나 사기업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 정부는 수도사업을 민간에 떠넘기는 것으로 실패의 책임을 모면하려고 한다. 1월17일 열린 시민단체의 물기본법 관련 토론회.

 

 


우리나라 수도사업의 가장 큰 문제는 도시와 농어촌 지역의 먹는 물 양극화다. 대도시 지역은 수도 보급률이 거의 100%에 이르지만, 면 단위의 농어촌 지역은 37%대에 불과하다. 또 대도시 지역은 수도사업에 수많은 예산을 투자하고 있지만 중소 도시의 사정은 다르다. 수돗물의 수질관리에서 지역 간 격차가 발생하고 있으며, 수도요금의 격차도 매우 크다. 하루에 수돗물을 5만t 이상 생산하는 정수장은 바이러스 수준까지 점검받고 있지만 그 이하의 정수장들은 대체로 관리가 열악하다. 우리나라 650여 개의 정수장 가운데 70%가 넘는 480여 개가 하루 시설용량 5만t 이하다.

농어촌의 먹는 물 실정은 더 심각하다. 아직도 우리나라 국민의 5%에 해당하는 약 250만 명의 농어촌 지역 주민들이 소독시설이나 여과시설이 미흡한 마을 상수도를 이용한다. 섬 지역 주민들은 만성적인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지만 이미 설치된 해수 담수화 시설도 비싼 요금 때문에 이용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정부는 우리나라 수도사업의 문제로 낮은 전문성으로 인한 비효율성을 꼽는다. 수도사업자인 지자체가 감시와 생산 기능을 모두 맡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정부가 제시하는 것은 전문 수도사업자 양성이다. 전문 수도사업자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시장을 키워야 하고, 시장을 키우려면 민영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누구나 값싸고 믿을 수 있는 물을 마시기를 원한다. 이를 위해 국민의 세금이 쓰이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수도사업은 기본적으로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라는 사회적 합의를 유지해왔다.


민간위탁, 사회적 갈등 유발


일부에서는 수돗물에는 이미 수도요금이 부과되고 있는데 물의 상품화에 대한 논의는 새삼스럽기까지 하다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수도요금을 내고 있으니 수돗물이 상품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몇 명이나 있을까? 국민들은 물과 같이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공공재는 국가가 무상으로 공급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기본 비용 정도의 부담을 상수도 요금 형태로 지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수도요금은 공적 서비스에 대한 공급자와 수요자 간의 최소한의 약속인 셈이다. 수돗물 생산에 드는 원가가 수도요금보다 높은 지자체의 경우 다른 예산으로 이를 보조해 수도요금을 낮추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정부의 수돗물 생산원가에 맞추어 수도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수도요금의 합리화 주장은 부분을 왜곡해 만든 결과다.

물산업지원법은 헌법 제34조와 제35조에 명시된 국민의 기본적 권리를 충족하기 위한 사회 공공서비스를 흔드는 신호탄이다. 정부는 이 법을 만들어 민간이 물에 가격을 매기고 장사하는 것을 도와주겠다는 것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전문 수도사업자 육성을 지원하고, 수도요금 합리화로 전문 수도사업자에게 이윤을 보장해주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물산업지원법으로 물이 사회적 통제를 벗어나 국민의 생명을 파는 행위로 귀결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우리 정부는 이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고, 세계적인 다국적 물기업을 보유한 유럽연합(EU)과 FTA를 논의하고 있다. 국가가 물 공급을 독점하지 않고 민간에 맡겨 사적 공급을 허용할 경우 다국적 물기업의 국내 진출이 불가피해진다.

물산업지원법으로 ‘품질 높고 저렴한 수도 공급’을 기대하기 힘들다. 논산·정읍 등 11개 지자체는 20~30년간의 장기 위탁계약으로 상수도 관리 업무를 한국수자원공사 쪽에 넘겼다. 그동안의 무관심으로 열악해진 수도사업에 대한 책임을 시장에 떠넘긴 셈이다. 수도사업 개선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현 수도사업의 참담한 결과에 대한 분명한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


정부는 자신의 실패를 떠넘기나


현재 진행되는 민간위탁은 우리나라 수도사업의 근본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고 크고 작은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소외 지역의 수도 보급률 확대, 수돗물 불신 문제의 해결은 요전히 요원하다. 그런데도 물산업지원법은 민간위탁자의 폭을 크게 넓히는 구조개편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이를 강제할 수단으로 지방교부세를 사용하려 하고 있다. 능력이 안 되면 민간에 넘기라는 주문이다.


정부는 왜 물산업지원법을 주장하는가. 정부는 자신의 실패를 외면하고, 수도사업을 민간에 떠넘기는 것으로 책임을 모면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환경부는 자신의 기능과 역할에 어울리지도 않는 부서를 만들고, 그 부서를 유지하기 위해 애써 법까지 만들려 하고 있으며, 세밀한 검토도 없이 물산업을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부풀려 왜곡하고 있다. 이로 인해 먹는 물 문제는 오히려 더욱 참담한 상황에 몰릴 수 있다.

물산업지원법 제정 계획은 지금이라도 즉시 폐기해야 한다. 대신 물산업지원법에서도 적시하고 있는 중앙수도위원회와 같이 전국의 수도사업을 단일하게 관장할 수 있는 부처의 신설이나 농어촌 지역에 상수도를 보급해줄 수 있는 특별법 제정, 모든 국민이 골고루 물을 공급받을 권리를 명시하는 물공급기본법 등의 제정으로 정책 방향을 돌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