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내린 예상치 못한 집중호우는 울산 곳곳을 물바다로 만들고 많은 이재민들이 속출하게 만들었다. 특히 남구의 삼산, 야음, 신정, 삼호, 무거 지역은 이번 비로 인해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곳이다. 주민들은 선잠에 잠옷바람으로 뛰쳐나와 밤을 꼬박 세우며 소중한 재산들이 눈앞에서 쓰레기더미로 변해가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했다.
상습 침수구역이 아닌 무거와 삼호지역에 이 같은 침수사태가 발생한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울산시의 무분별한 도시계획과 문수산의 난개발, 그리고 생태하천 조성이라는 미명하에 행해진 획일적 하천정비 때문에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단순한 천재지변이 아닌 분명히 인재에 기인한 측면이 크기 때문에 주민들의 분노와 항의는 극에 달해 있다.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라며 강행한 문수산의 아파트 건축과 도로개설은 결국 토사가 흘러넘쳐 그 주변 주택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고 도로까지 흘러나와 빗물이 빠져나갈 수 없도록 만들어 신복로터리와 삼호 일대까지 영향을 미쳤다. 또 얼마 전 완료된 무거천은 주민들의 주장에 따르면 집중호우에 대비하지 못한 잘못된 공사로 인해 그 주변 일대가 처음으로 물에 잠기는 현상이 발생했다며 책임을 묻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처럼 자연의 보복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현상 앞에서 책임자들은 아직도 겸손하지 못한 채 천재지변이니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무책임한 말만 반복하고 있다. 이는 한 도시나 지역의 안전을 위한 아무런 방비책이 없다는 말과 같다.
울산은 그동안 급속한 도시화가 이루어지면서 제대로 도시기반 시설 마련이나 재난관리에 대한 대책없이 건물이나 도로 허가만 남발해 건물은 하늘 높은 줄 올라가고 도로는 온통 거미줄 처럼 연결되는 등 기형적인 도시팽창으로 시민들은 언제 터질 지 모를 화약고를 끌어 안은 채 도시의 밤을 보내고 있는 꼴인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이제부터라도 울산은 재구성 돼야 한다. 울산이 타 지역보다 경제력이 월등히 높아 그런지 예산 씀씀이도 무척 커서 몇 백억원씩 들어가는 태화루 복원이나 태화강변 마스터플랜, 그리고 각종 축제에 예산을 쏟아 붓고 있는데 무엇보다 도시의 안전을 위한 예산은 어느 정도 인지 묻고 싶다. 한 쪽에서는 집 잃고 사람 잃어 넋이 빠져 있는데 한 쪽에서는 풍악이 울려퍼지는 이런 현상을 울산이 너무 넓어 다양성이라고 이해해야 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고통에 처한 주민들의 눈물을 닦아 주는게 우선이다.
따라서 울산시와 각 기초자치단체는 서로 책임을 미룰 것이 아니라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긴밀한 연계 속에서 재해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세우고 각종 배수 및 오수 시설 등 재난시설에 대한 점검과 정비를 하루 빨리 실시해야 한다. 또 피해 상황에 대한 직접적인 실사를 통해 주민들에 대한 직접적인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발빠르게 움직여야 할 것이다. 현재의 보상 규정을 보면 주택파손이나 농작물 피해 외에는 실질적인 피해 보상이 어렵게 돼 있는데 도시민들에게는 별도의 규정을 만들어 적용을 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더 근본적인 대책은 산림훼손과 도심하천의 잘못된 치수사업을 중단하는 일이다. 이미 문수산이나 영남알프스 개발에 대한 많은 우려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을 볼 때 태화들처럼 시에서 문수산을 매입해 시민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하천 역시 인공적인 시설물을 자제하고 최대한 자연형태를 유지하면서 물의 흐름을 막지 않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정비 사업일 것이다. 누구나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을 무엇을 위해 긁어 부스럼을 만들려고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재난은 예고 없이 오는 것이기도 하지만 오늘날 어느 정도의 예측은 가능해져 우리가 일본처럼 재난관리 시스템이 철저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대비책은 지금부터라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재난관리 방재단의 구성과 활동은 바로 그 기초가 될 것이며 이번 그들의 활약은 그래서 더 눈부시기도 하다. '오늘 하루도 안녕히'는 비단 안전운전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강혜련 남구의회 의원
※외부 기고는 본보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08.08.21 23: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