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아라치 글

아쿠오 2005. 9. 10. 10:10
제 목 내가 여전히 노 빠인 이유..
작성자 아라치 작성일 2003-05-22 16:14


IP주소 220.76.25.173 조회수 92


노무현에게 실망했다고 합니다.
노무현이 배신했다고 합니다.
노무현이 변절했다고 합니다.

저는 노무현에게 전혀 실망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노무현에게 거는 기대는..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
더도 덜도 아니고 딱 이만큼이었습니다.

청탁과 비리와 특권의식과 권위가 판을 치는 사회..
그런 것들이 당연시, 또는 어쩔 수 없다고 인정되는 사회..
그런 사회를 바꿔줄 수 있다고 기대했습니다.

제 개인의 신념에 비추어보면..
노무현으로는 성이 차지 않습니다.
조금 더 정치철학이 쌈박하고,
조금 더 소외계급의 이해를 관철시켜내고,
훨씬 더 자주적인 사람을 원합니다.

하지만 아주 사소한 원칙도 지켜지지 않는 우리 사회에서..
비틀어진 관행을 제 자리로 돌려놓는 일.. 그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일을 노무현이 잘 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진보진영만 인정하는 원칙, 보수진영만 인정하는 원칙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원칙이라고 인정하는 것은..
''공정한 룰의 확립''이라고 생각합니다.
편법을 쓰면 손해를 보게 된다고 누구나가 느끼는 사회
새치기하면 더 늦게 순서가 돌아오는 것이 당연한 사회
힘 겨루기가 아니라 대화와 양보와 타협으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 사회
바로 이런 건강한 시민사회를 만드는 일을 노무현이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 믿었습니다.

노무현정부 5년 동안 이런 건강한 시민사회가 만들어지면..
진보정당의 자유로운 활동과 사상의 자유가 훨씬 많이 보장되는 사회가 오리라 생각합니다.

공정한 기회가 보장되고,
절차를 존중하는 게 당연시 되고,
사는 지역에 따라 사람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능력에 따라 평가가 이루어지는 사회
뭐든지 빽으로 해결하려는 보수가 아니라, 뭐든지 힘으로 밀어부치려는 진보가 아니라...
합리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공존하는 사회를 만드는 일을 노무현에게 기대했습니다.



노무현이 언제 노동자계급의 이해를 대변하겠다고 했던가요?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했지요.

노무현이 언제 반미하겠다고 했던가요?
반미도 할 수 있다고 말했지요.(친미도 반미도 할 수 있는 자유를 얘기했지요)

노무현이 언제 개혁세력만의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던가요?
지역통합, 사회통합을 위해 힘을 쓰겠다고 했지요.



혹자는 우경화되는 노무현을 바로잡기 위해 비판을 가하자고 합니다.
노무현은 혁명전사가 아닙니다. 진보의 나팔수도 아닙니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합니다.



진보의 가치를 인정하고, 지역감정의 폐해를 절감하고, 민족자주의 중요성을 깨닫고, 소외계급의 고통을 이해하는 현실 정치인..
이게 바로 노무현입니다.



간혹 실수는 하더라도 노무현이 변한 건 없습니다.



[차라리 이회창이 되었더라면 전선이 명확해져서..
민중들이 계급적 모순을 투쟁을 통해 각성할텐데..
노무현의 당선으로 민중들의 의식이 개량화 되고 있다.]
는 일부의 인식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반대합니다.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진다면..
그 나아지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사람 중심의 사고방식이라 생각합니다.

노무현이 할 일은..
수직적 사회를 수평적 사회로 만드는 일입니다.
사회 제반의 낡은 관행을 해체하는 일입니다.

보스정치로 살아 남지 않았습니다.
계파정치로 살아 남지 않았습니다.
돈으로 정치하지 않았습니다.
국민 무서운 걸 아는 정치인이었습니다.
국민의 힘으로 당선시킨 대통령입니다.



사방에서 공격받고 있습니다.
노무현이 약속하지 않은 일을 기대해놓고..
배신이다, 변절이다 비난을 가하고 있습니다.
노무현이 개혁을 하겠다고 했지 언제 혁명을 하겠다고 했습니까?



제가 여전히 노 빠인 이유는..
노무현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얍삽한 술수를 쓰지 않고 있습니다.
여전히 조선일보와 싸우고 있습니다.
여전히 파벌을 만들지 않고 있습니다.
여전히 특혜를 누리려 하지 않고 있습니다.

노무현은 대통령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너무나 벅차고 힘들게 끌어오고 있습니다.
5년 내내 저리도 시달릴 거라 생각하니..
제 수명이 반은 줄어들 것 같습니다.



그냥 지켜보면서 조마조마하기 싫습니다.

노무현 혼자만의 결단에 의지할 것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노력을 합시다.

개혁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만들어지려면..
개혁적인 의회가 구성이 되어야 합니다.
신당에 대한 논의가 정치인들 개개인의 이해관계에 얽혀..
제대로 진전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으면..
이름을 어떻게 붙이던 간에 빛 좋은 개살구일 뿐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신당의 밑그림을 그려서 제안하고..
그 제안이 받아들여지면 입당하겠다는 입당서약운동이라도 벌여서
정치인들을 밀어부칩시다.

노무현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다시 냉소주의에 빠질 것이 아니라..
우리가 뛰어서 그 부족한 부분을 메꿉시다.

앉아서 언론을 통해 나오는 노무현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입에 거품 물고 욕하고, 실망하고, 탈퇴한다고 하는 것보다..
실질적인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노력을 하는 게 노사모의 할 일이 아닐까요?

노사모의 힘으로 노무현에게 개혁의회를 선물해줍시다.

*******************************************************************************
국참게시판의 pinesol님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