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울산

사설/비우는 태화강 생태공원은 안될까

아쿠오 2008. 8. 4. 13:39
사설/비우는 태화강 생태공원은 안될까

울산시는 내년 1월부터 태화강 생태공원 2단계 조성사업을 시작한다고 31일 발표했다. 태화강 생태공원 2단계 조성사업이 완료되는 2012년까지 생태보전존, 역사·문화존, 생태체험·교육존, 문화예술존 등 4개의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나비가 노니는 실개천, 자연학습을 할 수 있는 생태체험공간, 대숲 생태원, 조류관찰대, 사계절 꽃단지, 창포군락지, 조류 관찰대 등이 그 구성요소가 될 모양이다. 예산은 268억원이 소요될 예정이다.

울산시민들에게 더없이 좋은 휴식공간인 태화강변을 다듬어서 시민들에게 제공한다는 것은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다. 그런데 울산시가 태화강변을 가꾸어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마음 한켠이 불편하다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그 이유를 딱 꼬집어 한가지로 정리하기는 어렵지만 이야기를 하다보면 뭔가를 자꾸 채워넣음에 의한 답답함으로 귀결된다. 태화강 생태공원 2단계 조성사업도 이런 불편의 연장선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다.

도심의 강 그리고 수변공간의 가장 큰 역할은 시민들이 흐르는 강의 시원함을 만끽하는 것이다. 빡빡한 도시생활에서 긴장을 풀고 정서를 되찾을 수 있는 그런 여유공간으로써의 기능 말이다. 강을 바라보며 뛰고, 달리고, 산책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일단은 만족이다. 그 다음 수양버들 한 그루쯤 서 있으면 잠시 그늘에 앉아 사색에 잠기기도 하고, 낡은 벤치 하나 놓아두면 오래도록 앉아 책을 읽을 수 있으면 충분하다. 더 나아가 깨끗하게 단장된 풀밭에 앉아 도시락을 나눠먹고, 공놀이라도 할 수 있으면 감사한 일이다.

최근 디자인 서울을 거창하게 내세우고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하고 있는 서울시를 보자. 우선 도시 전체를 다시 디자인하는 종합계획이라는 점에서 부러움이 크고, 기본전략이 4가지로 탄탄하게 요약돼 있다는 점도 마음을 놓이게 한다. '통합하는' '비우는''더불어 하는''지속가능한'이라는 4대 기본전략은 족히 본받을만하다. 이 중에 지금 울산이 가장 본받아야할 전략은 바로 '비우는 디자인 서울'이 아닐까. 쾌적하고 여유 있는 공공 공간, 저밀도 고효율 공공 시설물 디자인 개발로 요약되는 '비우는' 전략이 울산 태화강 생태공원에도 적용됐으면 싶다. '채움'은 십리대숲으로도 충분하지 않겠나 싶다.
[2008.07.31 2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