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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입구에 3개의 비(碑) 일행들 반겨 고래문화특구 지정된 장생포지역 수많은 공장 스쳐 지나 만난 고사천 해안길은 해안을 끼고 있는 길이라는 뜻을 어휘 속에 내포하고 있다.
마을 변천사 등을 아로새긴 양죽부락 옛터비에는 누군가 마시다 둔 소주병만 댕그러니 남아있었다. 다듬지 않은 그대로 세워 오히려 친근하게 다가오는 비에는 세로로 내려쓴 ‘삼죽지향(三竹之鄕)’이라는 네 글자 아래 ‘선소에 화살대를 공납하니 버들대의 고향 楊竹이요 대는 사군자라 숨은 절개를 자랑함이니 대를 키움에 절개 또한 돋아나니 養竹이요 망석산 아래 포구나무터 양죽인의 숨결이 널리 묻어 선양될지니 揚竹이어라.’라는 글귀가 선명하게 아로새겨져 있었다. 그 곁에는 양죽마을이 고향인 중견시인 서태일의 ‘그리운 고향 양죽’ 시비가 고향을 잃은 실향민의 애환을 노래하고 있었다. 도로 가에 세워져 있는 이 비는 무심코 지나치기 십상이었다. 관심을 갖지 않으면 크게 눈에 띄지 않아 아쉬웠다. 시비 앞에서 잠시 옹기종기 모여살다 이제는 공업화에 밀려 어쩔 수 없이 정든 고향을 떠난 이들을 떠올리는 사이 일행은 어느 새 저만치 앞서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어느새 장생포에 발걸음이 다다랐다. 왼쪽으로 고래박물관과 고래연구소, 고래생태체험관을 지나 장생포고래특구로 지정되면서 간판을 일제히 정비해 질서정연하게 느껴지는 장생포에서 비릿한 바다 냄새를 들이켰다. 그 사이 김연숙 원장은 조그만 커피 전문점에서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을 사들고 나오고 나머지는 꾸준히 발걸음을 옮겼다. 나름대로 정비를 한다고는 했지만 분위기 있는 커피전문점을 찾아볼 수 없는 안타까움은 감출 수 없었다.
현대모비스 울산공장 담벼락에 귀신고래 한 마리가 눈을 크게 뜬 채 오가는 차량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벽화였다. 담쟁이넝쿨 등 푸른 잎 식물이 어우러져 생동감을 더하는 벽화는 도로 입구에 세워진 장생포고래문화특구 안내탑과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잘 그려진 벽화에 하염없이 넋을 놓고 있을 수만 없어 다시 걸음을 옮겼다. 쌩쌩 달리는 차량을 마주 하며 언제 사람이 지나갔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가로에 심은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 제 역할을 잃은 인도를 걷는 일은 여간 힘들지 않았다. 점점 해안길과는 멀어지는 도로를 따라 걷다보니 어디에서 흘러나오는지 모를 하수가 쓰레기 등으로 꽉 막힌 관을 타고 흘러내리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걷지 않았으면 보이지 않았을 흉한 광경이었다. 소하천 오염원일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묘한 호기심이 발동했지만 효성 울산공장 정문을 지나 고사천을 끼고 걸음을 재촉했다.
국가관리보안목표 가급 시설인 SK에너지 울산콤플렉스 등을 지나 어느새 발걸음은 처용로로 접어들어 있었다. 비릿한 바다내음과는 거리가 먼 차량 매연을 여과 없이 들이마시며 걷는 일은 아무래도 힘들었다. 오영애 부회장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마스크를 꼭 준비하라고 했지만 실제 준비해온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매연을 쉼없이 마셔야 하는 상황에서 때늦은 후회를 한들 소용이 없었다. 처용로에서 눈에 띄는 것은 가지라는 가지는 모두 싹둑 잘려 볼품없는 은행나무였다. 외국인투자기업단지 입구까지 줄지어 선 은행나무는 시가지 도로변의 가로수로 심은 은행나무가 잔뜩 매달린 열매가 무거운 듯 가지를 축 늘어뜨리고 있는 것과는 딴판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도로 양 옆으로 나무와 숲이 오아시스처럼 자라고 있어서 눈의 피로는 덜했지만 걷는 일은 여간 힘들지 않았다. 백사장이나 몽돌밭은 발걸음을 옮기기는 어려워도 피로감은 덜하지만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길을 걷는 일은 피로감이 배로 더했다. 길섶에 의연하게 피어있는 개망초를 한참 바라다본 일행은 더는 걸을 힘이 없어 SKC 울산공장 앞에서 일정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현대미포조선 장생포공장, 현대모비스 울산공장, 한국엔지니어링 플라스틱, 효성 울산공장, SK에너지 울산콤플렉스 등 한나절을 걷는 사이 스쳐간 공장 간판을 하나하나 떠올려본다. 이어지는 해안길 걷기도 태영인더스트리와 동주산업 등 수많은 공장을 만나는 매력없는 일이 될 것을 생각하니 벌써 가슴이 먹먹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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