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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해안은 공단중심·개발위주 정책으로 자연경관은 물론 생태적 특성까지 파괴되며 원래의 모습을 상실했다. 사진은 장생포항 전경. | ■ 제2부 살고싶은 도시 울산
울산 해안선 공단 중심 개발 황폐화 진하·장생포 등 난개발 옛모습 잃어 인공구조물 설치땐 환경 최우선 고려 지역특색 살린 이색 컨텐츠 개발해야
푸른 파도가 철썩이는 동해바다, 그 해안을 해송이 병풍처럼 둘러싼 천혜 절경의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진하해수욕장. 해변을 향해 내달리던 파도가 모랫더미에 부딪혀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스러진다. 파도와 모래가 그렇게 밀고 당기기를 수십차례. 해변을 사수하던 모래 알갱이들은 파도의 줄기찬 공세에 이기지 못한듯 이내 자리를 내주며 검푸른 물결 속에 휩쓸려 버리고 만다.
이곳 진하해수욕장 백사장은 한때 너비만 50곒를 넘어섰다. 그런데 근래들어 관할 울주군이 백사장 사수를 위해 매년 수천㎥에서 수만㎥의 모래를 쏟아붓고 있다. 자연과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늘 완패다. 연안환경에 대한 제대로된 검증 없이 해안지역에 숙박업소를 비롯한 각종 인공 구조물을 무문별하게 설치하다보니 해안으로 불어오는 바람과 조류의 흐름을 방해해 해변의 모래유실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20세기 중반까지 연근해 어업의 전진기지로, 포경 기지로 활력이 넘쳐났던 울산시 남구 장생포 해안. 산업단지로 둘러쌓인 장생포는 이제 해안 주변에 산재한 공장의 굴뚝 연기와 많은 화학물질 저장탱크 등으로 예전의 아름다운 모습은 자취를 감추었다. 고래박물관과 발이 묶인 포경선이 그 옛날 고래가 살았던 바다라는 사실을 전해줄 뿐이다.
울산시 동구 주전에서 북구 신명까지 이어지는 울산 동해안 바닷가. 해안도로 오른쪽 아래 해안선을 따라 모텔과 레스토랑을 비롯한 각종 건축물이 마구잡이로 들어서 있다. 해안선을 따라 달리는 운전자나 보행자들은 바다를 마음대로 볼 수 없다. 시야를 차단당하고 있다.
동구 일산해수욕장 역시 예전의 아름다운 경관이 훼손되고 을씨년스럽다. 질서없이 각종 숙박업소와 상업시설물들이 들어서 해안풍경을 조잡하게 만들고 있다. 섣부른 일산유원지 개발계획의 실패는 20년여년이상 울산사람들의 소중한 자산인 일산해수욕장을 애물단지로 만들어놓고 속수무책이다.
◇자연경관도 소중한 자원
시민의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경관의 가치를 이해하고 경관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필요성도 증대되고 있다. 특히 자연경관 중 해안경관은 주위의 자연지형과 해수면의 움직임, 수평선 등 복합적인 자연경관 요소를 통해 역동적인 경관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문화관광적 가치가 역사유적 못지 않게 크다. 하지만 도시경관에 대한 우선 정책으로 자연경관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미약하다. 해안가에 방풍림과 사장이나 사구를 훼손시키면서까지 마구 들어서는 시설물(건축물)은 해안의 경관은 물론 생태적 특성까지 망가트리고 있다.
양호한 해안경관을 지키기 위해서는 영구적인 건축물의 입지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아울러 아직도 해안가 곳곳의 미관을 해치는 기존 농어촌 마을에 대한 환경정비가 필요하다. 울산시 북구 어물동 금천아름 마을은 잘 정비된 바닷가 마을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산과 바다를 접한 한적하고 허름한 농어촌 마을이었던 금천아름마을은 3년만에 도심지 못잖은 생활시설과 여가 시설을 갖춘 현대식 마을로 탈바꿈했다. 이 마을은 2002년 행정자치부 주관 선도형 마을가꾸기 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해안 산책로, 고사목 산책길, 우가산 등산로 및 대나무 숲길, 체육시설 등과 주말농장까지 만들었다. 마을 공간을 새롭게 꾸미면서 편의성과 아름다움을 더한 것이다.
일부 바닷가 마을 중에는 자연경관관리지역이나 미관지구로 지정돼 건축에 있어 제한을 받고 있다. 건축물의 모양이나 색채, 간판의 크기 등에 대한 기준을 정해놓고 있다.
하지만 이런 지정 마을 외의 신축건축물에 대해서도 그 규모와 색채까지 규제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바다라는 공간은 모두의 공유재산이기 때문이다.
◇가고 싶고 보고 싶은 해안
울산 동해안은 2개의 국가공단이 입지해 있기 때문에 자연경관을 오롯이 보존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공단 중심, 개발위주의 정책이 해안선을 망친 원인의 하나라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행정기관의 자연경관 보전 정책과 의지가 있었다면 공단에 속해 있지 않은 임해부지는 이처럼 무분별하게 개발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장생포의 경우 해안의 작은 집과 포경 관련 시설물들은 모두 없애고, 꼬불꼬불 해안 지형을 매립했다. 이로 인해 마을이 깨끗해진 것은 분명하지만 장생포 원래 모습은 상실했다.
울산대 김정민(건축대학) 교수는 "장생포가 장생포이게끔 하는 출발이 바로 고래박물관 건립"이라면서 "일본 기타큐슈시 모지항이 원래의 것을 그대로 두고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 화려하게 부활한 것처럼 장생포도 고래 컨텐츠를 살릴수 있는 세련된 방안을 찾아야 할때"라고 조언했다.
방어진항과 정자항도 마찬가지다. 매일 새벽 어판장의 역동적인 모습이나 싱싱한 활어를 구경한 뒤 횟감을 구입해 인근 횟집에 가서 회를 먹을 수 있고, 또 방파제나 등대에서 아름다운 경관을 보면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울산의 대표적인 해양 문화자원으로 키워나가야 한다.
늦었지만 해수욕장 일대를 비롯해 해안가에 각종 인공구조물을 설치할 때는 그 구조물이 바다환경 및 주변 경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김 교수는 "간절곶과 진하해수욕장도 시민·관광객들을 상시 유인할수 있는 장소로 만들기 위한 컨텐츠 개발과 더불어 부산에서 강동까지 해안선을 관광벨트화 하고, 일산유원지 개발사업은 대왕암 공원 조성사업과 함께 에코폴리스라는 큰 틀안에서 추진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거의 아름다운 경관으로 되돌리지는 못할지라도 더 이상의 훼손은 막기 위한 방안이다.
김 교수는 "울산의 해양경관에 대한 건축적인 가이드라인을 비롯한 종합적인 연구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가칭 울산관광자원화 기획단을 만들어 종합적인 연구와 기획,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개발 이후에도 특별한 컨텐츠를 갖고 접근하면 얼마든지 특색있는 도시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탐사보도팀
김창식기자 goodgo@ksilbo.co.kr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김정민 울산대 교수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2006.11.21 23:07] |